독후감

[독후감] 막다른 골목의 추억 - 요시모토 바나나

김송사리 2017. 10. 20. 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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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 김난주 옮김 / 민음사

 

 

중고서점에서 발견한 책이다. 계획없이 들렀던 터라 아쉽게 내려놓게 되었는데 다시 읽고싶어 도서관에 대출신청을 해놓았다. 아쉽게도 앞장 몇쪽이 뜯어진채로 도착... 그래도 앞내용을 봐두어서 별 무리 없이 읽을 수 있었다.

사실 작가 이름이 독특해서 집어든 책이었다. 바나나라니! 그렇지않아도 필명인가 궁금해 살펴보니 붉은바나나꽃을 좋아해 필명으로 짓게 되었다고. 이 이야기만 들어도 작가가 독특하고 감성적일 거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가? 실제로 책을 읽으면서도 작가가 감각적이고 감성이 풍부한 사람인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솔직히 조금 많이 독특하다고 느낀 부분도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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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단편작 5개가 수록되어있는 단편집이다. 모두 다른 이야기이지만 결국 하나의 이야기를 하는 것 같기도 하고, 어디서 볼 수 없는 독특한 소재이지만 또 우리 일상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래서 매력적이다. 실제로 작가분이 자신의 작품 중 가장 좋아하는 책이라고. 처음에는 이해가 안됐지만 읽어나갈 수록 왜 그런지 알 것 같았다. 꾸밈없는 날것의 이야기를 보다보면 조금 당혹스러울 때도 있지만 내면에서는 '에이~ 뭘 그래~ 너도 그렇잖아' 라는 소리도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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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작품을 많이 읽어보진 못했어도 특유의 분위기를 좋아하는 편인데, 그 중 하나가 소박한 일상을 소중히 하는 태도가 맘에 들기 때문이다. 이 책 역시도 작은 것의 소중함과 행복함을 이야기하는 부분이 종종 나오는데 그런 장면을 읽을때면 나도 감사함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그 작은 것들이야말로 기적이라는 것도 깨달을 수 있다.

우리는 가끔씩 고난을 겪고 쓰러지기도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명히 우리는 천천히 '나아가고있음'을 얘기한다. 그것이 상처가 낫는 과정이든, 다시 앞으로 나아가는 과정이든 분명히 우리는 나아가고 있다고.

내용도 내용이지만 작가의 아름다운 문장을 보는 것도 충분히 재미있을것이다.

 

 

본문중에서

 

 

 별은 반짝이고 밤하늘은 한없이 멀었다.

 그 때의 시원한 바람, 끝없이 펼쳐졌던 미래, 나 태어난 동네를 자욱하게 덮은 아침 향내, 그 느낌이 되살아났다.

 자유롭게, 끝없이, 노래처럼, 선율처럼 퍼져 나가는 어떤 마음의 상태....... 그것을 추구하며 나는 아직도 한참 더 살아갈 수 있다고, 그런 생각이 들었다. 평화에 젖어 아픔에 둔해졌던 마음의 껍질 한 겹이 호르르 벗겨진 듯한 느낌이었다. 아프기는 아프지만, 멍한 채로 살아갈 때보다 피부에 닿는 공기가 훨씬 신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