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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은 역시 코노지 🎤

김송사리 2023. 6. 21. 15:21

 

 2023. 6. 11. 23:16

오늘은 병원 가는 날이라 더 자고싶은 걸 꾹 참고 병원에 다녀왔다. 가고싶다고 언제든 날 맞아주는 한가한 병원이 아니라 꼭 가야함...

(심지어 병원 예약시간인 10시 15분에 깨서 혼비백산 하는 꿈까지 꿨다. 근데 꿈 속에서 금방 꿈인 걸 알아차려서 눈 뜨려고 용쓰고 겨우 일어남. 다행히 지각은 아니어서 가슴 쓸어내렸다.)

어쩌다보니 약이 없으면 일상생활이 아예 불가한 지경이 되어버려, 기꺼이 감사해하며 뙤약볕을 걸어 병원에 갔다.

가는 길이 생각보다 더워져서 이제 정말 여름이 성큼 다가왔구나, 실감하게 되었다.

성남까지 왕복 4시간 출퇴근 하면서 추워서 덜덜 떨면서 오던게 엊그제 같은데. 언제 이렇게 봄이 지나고 여름까지 오게 된걸까.

사실 그땐 아마 피곤하고 마음이 시려서 더 추웠던 것일 수도 있다. 그래도 잘해보려고, 그 마음 하나로 그 먼 길을 거의 3달 가까이 다녔었는데.


다른 사람들이 이건 아니라고 말릴 때 말 좀 들을걸.
꼭 데이고서야 아픈 줄 아는 멍청이. 벌써 이 회사에서 상반기를 전부 쏟아버려서 속상하긴 하지만 뒤돌아 본다고 해결되는건 없어.

올해 초에 본 신점에서 (올해 초인지 작년 말인지) 이직해도 별로 좋은데 못 갈거라고 말해줬었는데. 이미 퇴사얘기를 꺼낸 후라 왔던 곳이 바로 여기였다.

그래도 동쪽이나 북향으로 가면 좋다고 해서 회사가 우리 집 기준으로 동쪽이니까 좋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후후.. 어림도 없었다고 한다.

사실, 난 내가 열심히 하고 업무숙지 잘하면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매일 다른 피드백과 하루가 멀게 바뀌는 공지사항들, 이랬다 저랬다 항상 말이 바뀌는 것에 마음이 너덜거려져 결국 퇴사를 하게 되었다.

내가 잘 하려고 노력해도 바뀌는 게 없다는 무력감. 어제와 오늘 달라지는 말들, 돌아오는 건 결국 날선 말과 내 잘못이라는 결론. 아무런 대꾸도 못하고 죄송하다고 말하면서도, 마음이 점점 말라가는 걸 모른척 했다. 어른이 되는 과정이라고 생각도 해봤다.

이렇게 버석하게 말라가는 게 어쩌면 남들이 말하는 어른이 되는 길이 아닐까. 끝도 없는 치이며 살아가도 뜨거운 불에 손이 데어도, 점점 무던해지려고 악바리를 쓰는게 어른이 되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난 어른이 되고 싶은 게 아니었다.
그냥 나는. 나는 온전히 평화롭고 싶을 뿐이었다.


어차피 이번 생에 난 좋은 어른이 되는건 이미 불가능한 것 같고, 그냥...

좋은 어른은 못되어도, 그저 다른 사람에게 피해만 주지 않고 무탈히 살아갈 수 있기를 기도할 뿐...


잘해보고 싶었는데, 그렇게 잘해보겠다고 열심히 하고싶다고 말했는데 조금 멋쩍지만 이렇게 떠날 수 있게 되어 몹시도 기쁘다.


어린 나인 아니지만, 그래 아직 젊은 날이니까.

주어진 기회에 감사하며 다시 한 번 더 시작해보자.

4주만에 병원에 가 검진을 받는데도, 얼굴이 좋아보인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약도 잘 먹고, 이직도 성공해서 선생님이 보기에도 많이 괜찮아져 보였던 모양이다.

전문가에게 좋은 소견을 받은 후 기분이 좋아져서 갈까말까 고민하던 (너무 덥고 조금은 멀었던 거리인지라) 코인노래방을 가기로 마음 먹고 호다닥 매일 가던 코인노래방으로 가서 열심히 소리소리 지르고 왔다.

인생은 힘들고, 부조리하고, 머리 끝까지 화가 날 때도 있고, 여전히 이해 할 수 없는 것 투성인지라 너무 어렵지만, 그래서 결국엔 내 감정마저 소진되어 버려 울 힘조차 없어질 때도 있지만

즐겁게 아무 생각 없이 노래를 부르고, 100점이 나오면 신나서 박수를 치기도 하고, 뙤약볕을 걸어도 즐거운 날도 있는 거니까.

난 그래서 꿋꿋이 버텨내야 한다.
아직 쉽게 놓아버리기엔, 난 아직 너무 젊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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